몽견사자 梦见狮子 Out of the Dream
요즘엔 볼 만한 중드가 많이 없어 보여 우리나라 드라마를 보고 있다. 물론...예전 드라마 재탕 중. 양희승 작가 작품을 엄청 좋아해서 '역도요정 김복주'랑 '고교처세왕' 등... 관련 작품을 돌려보기 중. 그 와중에 갯마을 차차차까지 다 봤네. 김선호 배우 때문에 나중엔 말이 많아진 드라마지만 어차피 신민아 배우 때문에 보기 시작한 거라서... 개인적으론 아무 상관이 없었고, 오히려 여운이 많이 남아 좋았다.
그 와중에 제목이 눈에 띄어 보기 시작한 '몽견사자' 응? 꿈에서 본 사자라니?? 심지어 흔치 않은 경극 소재 드라마. 마치 우리나라 판소리나 창 뭐 그런 거 다루는 거잖아. 일단 극 소재가 좋아서 합격점 퇑퇑퇑! 사자는 그저 남주와 여주를 이어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였지만 어쨌든 드라마 제목은 눈길 가게 잘 지은 듯.
남주로 바이페이리(요치), 여주로 위페이(진우송)이 나오는데 두 배우 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지만 연기도 곧잘 해서 아주 좋았다. 남주는 고전무대극의 프로듀서이고 여주인 위페이는 '선등정'이라는 경극단에서 경극을 배우고 있는데 좋아하던 사숙의 결혼 소식을 듣고 정신줄(?)을 놓아 중요한 무대에서 실수를 하게 된다. 이 때 마침 본인이 연출하는 무대에서 경극 기초가 탄탄한 여주인공을 찾고 있던 바이페이리와 만나게 된다.
경극...에 대해 늘 호기심을 갖고 있었던 터라 드라마를 통해 뭐라도 조금 알아갈까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그래도 중뽕이 가미되어 콩사탕 맛 나는 드라마가 아닌 것이 참 다행인 듯. 간간이 대사로 경극이 왜 유명해졌고 그 전통을 왜 계승해야 하는 지에 대해 나오긴 하는데 역시나 중쿡 사람 아니면 이해 안 되는 것들. 물론 '전통 계승은 좋은 것이여'란 보편적인 논리로 이해하면 드라마 속 모든 대사에 고개가 끄덕끄덕.
이 드라마, 올 해 본 중드 중에 가장 묘한 분위기에 분위기 상으로 완전 최고였다. 벋뜨..30부를 어떻게 좀 줄여서 갔었어야 했는데 중간에 느슨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어째 연애질도 계속해서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는 것 같고 뭐 그런 기시감이 가득하다. 하지만 남주인 바이페이리의 위페이를 향한 멍뭉이 같은 애정은 진짜 최고. 거기다 한결같이 위페이만 바라보는 친구...왕중강 (사흥양 배우) 의 짠내나는 짝사랑까지. 사실 이 드라마는 '경극'의 탈을 쓴 애정 드라마인 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바이페이리와 위페이가 만나면서 서로의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고 모두 한 단계 위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 나가기 때문이다. 진짜 그 여정 하나로 이 드라마는 할 말 다 했지 싶다. 남주인 바이페이리가 외상 후 스트레스로 심리 치료를 받고 있는데, 위페이는 그 모든 걸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준다. 천생연분이 따로 없지...암요.
드라마 평점 10점 만점에 한 8.5? 느슨한 전개가 거슬리긴 했지만 영상 및 음악 등등을 보면 드라마 제작에 참 공들인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어서 최대한 점수를 후하게 줬다. 거기다 배우들 연기도 좋았고. 중드 보면서 연기 평가를 하게 되는 수준까지 올 줄 몰랐는데...발연기는 언어가 달라도 느껴진다는 거, 암요.
30부작 다 보고 나면 일반 엔딩과 그랜드 드림 엔딩 두 개로 나뉘어져 드라마 보던 이들의 숨을 몰아쉬게 만드는데...아마도 '몽견사자'속 작품에서 꿈 이야기를 하니까 평행세계를 넣어 그랜드 드림 엔딩이라고 표현한 듯 싶다. 만약 그랜드 드림 엔딩인지 뭔지가 정말 이 드라마의 결말이라면 그야말로 보던 시청자를 농락하는 거겠지. (Feat. 파리의 연인)
그래도 다행인게 그랜드 드림엔딩에 우리 바이페이리가 위페이에게 청혼하는 모습이 얼핏 보여서 또 다른 평행 세계로 그냥 이해하는 중. 감독님아...이야기 마무리 잘 못해요?? 왜 사람을 놀래키는거여... 일단 감독님 재량이 부족한 걸로 받아 들이는 중... 깜짝이야...
남주랑 여주 이야기만 했는데, 사실 드라마 속 사숙도 정말 좋았고 악역으로 나왔던 루사장도 안됐고... 참으로 매력적인 배역이 많았던 드라마. 위페이 사촌동생의 사랑 이야기도 흥미로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