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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May '전력은 배달산업'

category 필사 2020. 5. 11. 08:01

Source : 한국경제 [천자 칼럼] '전력은 배달산업'

전기는 가장 보편적인 가공에너지다. 일상생활은 물론 모든 경제·산업 활동에 걸쳐 전기가 없는 사회는 상상하기 어렵다. 탈원전 논쟁이 몇 년째 이어지는 것도 전력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문제이면서 미래의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이 나왔다. 현재 19.2%인 원전 비중을 2034년까지 10% 아래로 떨어뜨린다는 게 핵심이다. 의아한 대목은 2년마다 정부가 발표하는 국가 에너지정책의 뼈대를 내놓으며 ‘경제성’, 곧 비용문제는 담지 않았다는 것이다. 탈원전에 비례해 전기요금이 올라갈 것은 기정사실이 됐지만, 정부로서는 거론 자체가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탈원전의 속도와 함께 그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전력수급의 안정성 약화 같은 것은 앞으로도 계속 논란거리가 될 것 같다. 값싸고 질 좋은 전력 공급에 매력을 느껴 한국에 데이터센터 설립을 추진해왔던 국제 IT서비스 및 통신사들의 계획이 어떻게 변할지 주목된다.

전원(電源)에 대한 논란으로 인해 가려졌지만, 전력산업은 저장과 배달도 중요하다. 특히 송전은 발전만큼이나 환경훼손 및 인체유해 논쟁을 수반한다. 건설비도 만만찮다. 10년 이상 지속됐던 ‘밀양 송전탑 사건’처럼 고압선이라도 세울 경우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 전력산업을 배달(delivery)산업이라고도 하는 이유다. 한국은 비대하게 밀집한 수도권을 비롯해 도시화에 앞서 있고, 대형 수요처인 산업단지도 잘 정비돼 있어 전력배달에 나쁘지 않은 구조다. 대단지 아파트나 공장밀집 지역처럼 입구까지만 배달해주면 되는 수요처가 많아 한전의 수익관리에 유리할 것이다.

문제는 발전소나 발전단지에서 주된 수요지역까지의 장거리 배달 구간이다.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설비는 더더욱 산간 오지나 바닷가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세우는 것만이 아니라, 생산한 전기를 필요한 곳으로 연결하는 과정에도 환경훼손이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ESS(에너지저장장치)의 잇단 화재사고로 확인됐듯이 바람이 많이 불고 햇볕이 강할 때도 생산 전력을 모두 저장해두기는 쉽지가 않다. 송전은 송전대로 힘들고, 전력이 많이 생산되면 저장설비 용량을 걱정해야 하니 ‘신재생 전력’이라고 별다른 수도 없다. 전파처럼 언젠가 무선(無線) 송전 기술이라도 나오면 나아질까. 번개를 보면 그것도 오류가 날까봐 겁나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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