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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Dec 속수무책 '삼한사미'

category 필사 2019. 12. 12. 08:11

Source : 한국경제 [천자 칼럼] 속수무책 '삼한사미'

어제까지 사흘간 ‘미세먼지 공습’으로 서민들 피해가 컸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과태료를 물게 된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이 적지 않다. 연식·엔진 종류를 기준으로 도입된 자동차 배출가스등급제에서 5등급은 주로 노후차·경유차다. 아무래도 소규모 화물을 나르거나, 생업 동선이 길거나, 새 차 구입 여력이 없는 계층이 이런 차를 더 운행할 것이다.

서울에서는 과태료도 비싸다. 어제 저공해조치를 하지 않은 5등급 차량이 사대문 안으로 진입했다면 최고 35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미세먼지 특별법에 따라 10만원, 서울시가 도성길 안쪽에 설정한 녹색교통지역의 진입료 격으로 25만원이다. 서울 시내 45곳에 감시 카메라 119대가 버티고 있어 자칫 잘못하면 일당 이상을 과태료로 내야 한다. 경제가 어려워도, 기후환경이 이상해져도 약자들부터 고통받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제 인천국제공항에서는 가시거리 400m 이내의 ‘저시정 2단계’ 발령이 7시간 지속됐다. 이 바람에 항공기 수백 대가 운항 차질을 빚었다. 결항과 회항만 63편에 달했다. ‘미세먼지 지옥’으로 공항까지 타격받는 것을 보면 서민들 피해로 그치지 않는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에서만 연간 1763명(2015년)이 초미세먼지로 인해 조기 사망했다. 이대로 가면 한층 더 심각해질 것이다. 환경부가 요란하게 ‘안전안내문자’를 보낸 이번 미세먼지 공습에 대구·부산도 포함됐다. 전국 어디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영화 속 고담 같은 잿빛 하늘이 펼쳐지자 정부는 어제 석탄발전기 12기를 가동정지하기도 했다. 상황이 더 나빠지면 최대 45기의 발전출력을 80%로 제한한다고 한다. ‘미세먼지 제로’인 원전은 포기한 채 뭘 하고 있는가.

지난겨울 최악의 미세먼지 공습 때 정부는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국가기후환경회의’라는 거창한 대책기구도 만들었다. 하지만 겨울 초입부터 ‘미세먼지 지옥’이 재연되고 있다. 북풍과 함께 오늘 미세먼지는 가셔진다지만 초미세먼지는 지역에 따라 일부 남는다는 예보다. 지난주 며칠 추웠으니 ‘삼한사미(三寒四微)’다. 기온상승, 습도와의 연관성을 보면 삼한사온(三寒四溫)의 따뜻한 나흘이 미세먼지 천지가 되는 게 이상하지 않다. 중국과의 대책협의 소식도 들리지 않고, 1년간 정부는 뭘 했나. ‘천수답 대책’ 비판이 나올 판이다. 동남풍을 불러들인 제갈량처럼 북풍기원 제사라도 지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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