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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Dec '마이너스 금리'의 덫

category 필사 2019. 12. 23. 08:23

Source : 한국경제 [천자 칼럼] '마이너스 금리'의 덫

“마이너스 금리는 ‘악마의 유혹’이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경계하면서 던진 경고다. 마이너스 금리는 2009년 스웨덴을 시작으로 2012년 덴마크, 2014년 스위스와 유럽중앙은행(ECB)까지 확산됐고 2016년에는 일본으로 번졌다.

마이너스 금리의 핵심 목표는 경기 부양이다. 기준금리가 0% 밑으로 떨어지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지급준비금을 맡길 때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수수료’를 내야 한다. 중세 금 세공업자들이 개인의 금을 맡아 주면서 보관료를 받던 것과 같다. 금 세공업자들이 위탁받은 돈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면서 더 높은 수익을 올리고 투자를 활성화했던 것처럼 은행들이 돈을 쌓아두지 말고 기업과 가계에 투자하라는 의미다.

그러나 각국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뜻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스웨덴의 경제성장률은 2015년 4.4%에서 올해 1.2%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집값은 매년 10% 안팎 급등했다. 돈이 부동산에 몰리면서 가계부채가 치솟았다. 집값 거품과 가계부채 때문에 금융위기로 번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올 들어 세계는 금리, 경제성장률, 물가 등 3대 핵심 분야에서 ‘트리플 마이너스’의 홍역을 앓고 있다. 주요국이 경기 부양에 실패하거나 미·중 무역전쟁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 ‘R(recession·경기 침체)’과 ‘D(deflation·지속적 물가 하락)’보다 더 큰 충격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결국 스웨덴 중앙은행이 지난주 기준금리를 제로(0%)로 올렸다.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 폭증 등 부작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마이너스 금리 포기 이후 유럽 국채 금리는 오름세로 돌아섰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플러스로 전환했다.

‘마이너스 금리 실험’은 중앙은행의 이자율 정책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연 1.25%로, 5년째 1%대 초저금리 상태를 유지하면서 경기부진 속 집값 급등 등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이 금리정책이라는 약을 처방할 때는 환자의 몸 상태를 잘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감기를 독감약으로 다스리면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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