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30 May 내일을 알 수 없는 홍콩

category 필사 2020. 6. 1. 10:32

Source : 한국경제 [천자 칼럼] 내일을 알 수 없는 홍콩 

지금은 첵랍콕섬의 신공항이 홍콩 관문이지만, 1998년 6월까지만 해도 도심의 카이탁공항이 그 구실을 했다. 주룽(九龍)반도의 산과 무수한 고층빌딩 옆으로 바다를 스치듯 착륙하는 기내에서부터 홍콩 야경에 매료됐던 5060세대가 한국에도 적지 않을 것이다. ‘로맨틱 홍콩’ ‘자유 홍콩’이었다. 동서 냉전이 치열했던 시대, 억압적 권위주의 정권이 세계 곳곳에서 버티던 시절에도 홍콩은 자유와 낭만, 멋과 여유, 식도락과 쇼핑의 이미지가 확고한 동양의 별천지였다.

‘코로나 쇼크’ 이전까지 수십 년간 이어진 개방, 자유로운 통상·교역 확대라는 메가트렌드로 홍콩의 ‘국제 지위’가 적잖이 도전받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과 투자, 중개무역과 물류 중심지라는 우월적 지위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1997년 중국에 반환됐지만, 50년간은 자치권을 보장한다는 중국의 약속에 대한 국제사회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금융허브이자 물류·교통 요지인 홍콩이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거칠어지는 와중에 중국이 논란 많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하자 후폭풍이 일파만파다. 미국이 관세·투자·비자발급 등에서 우대하는 ‘홍콩 특별지위’ 폐지 방침을 거듭 강조하는 가운데 영국은 35만 명의 홍콩 주민에게 시민권을 줄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중국으로 반환 전 옛 홍콩여권 소지자에 대한 배려다. ‘인권·자유’ 같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중시하는 옛 대국의 전통이 돋보인다. 캐나다 호주 독일 일본도 국가차원의 규탄이나 우려를 했다.

인력과 자본의 탈(脫)홍콩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부 환전소에서 미국 달러로 바꾸려는 줄이 생겼다는 보도가 과장이 아닐 것이다. 지난해 ‘송환법’ 반대시위 때부터 해외 이민이 늘면서 아일랜드로 투자이민 신청을 한 홍콩 부자도 1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투자 위축과 기업 탈출은 곧 인재와 자본 유출을 의미한다. 이는 ‘기술 이전’과 ‘신뢰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제 비판여론에 가만있을 중국이 아니다. ‘중국 대 반중국’ 대립이 격화될수록 홍콩의 처지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에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불가침의 인권, 선택의 자유, 더 많은 기회, 사적 자치 보장 같은 보편적 민주 가치가 위축되면 인재와 자본은 더 나은 곳으로 떠나기 마련이다. 인류 발전사에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