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 May 학세권, 숲세권, 팍세권, 주세권…

category 필사 2020. 5. 5. 22:44

Source : 한국경제 [천자 칼럼] 학세권, 숲세권, 팍세권, 주세권…

‘집의 가치는 결국 위치에 달렸다.’ 이른바 ‘주거입지론’은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라고 한다. 주택 가격을 좌우하는 입지기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게 역세권이다. 명문화된 규정은 없지만 대개 전철역 중심으로 반경 500m 정도로, 걸어서 5~10분 안팎인 지역을 말한다. 거주·상업·교육·문화시설이 이곳에 집중되면서 효율적 개발·관리를 명분으로 ‘역세권법(역세권의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까지 만들어졌다. 여기서 파생된 게 ‘초역세권’이니 ‘트리플 역세권’이니 하는 말이다.

‘학세권’도 흔히 쓰이는 말이다. ‘학교+세권’으로, 자녀 교육에 열성인 30~40대의 선호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공원과 숲의 중요성과 비중이 강조되면서 ‘숲세권(녹세권)’이란 말도 생겼다. 학세권 숲세권은 사전에도 올랐다.

‘팍세권(공세권)’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공원(파크)+세권’이니, 숲세권과 비슷하면서도 강조점에 차이가 있다. 대형병원이 가까워 신속한 의료서비스가 장점인 지역은 ‘병세권’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탁 트인 전망이나 근사한 야경의 가치에 주목하면서 ‘뷰(view)세권’도 나왔다. 이것저것 몇 가지가 겹치면 ‘다(多)세권’, 이른바 ‘프리미엄 단지’가 된다. 주택 분양시장이 소비자 맞춤형으로 진화하면서 세일즈 기법도 그만큼 세분화·전문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분양 전문가나 주택시장 논평가만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주(酒)세권’이란 말이 그렇다. 60대 안팎의 젊은 은퇴자들이 퇴직 후에도 교제폭을 어느 정도 유지하려면 ‘편하게 한잔’ 하기에 용이한 곳에 사는 게 좋다는 바람이 반영된 말이다. 인류는 ‘100세 장수시대’라는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섰고, 주택업계는 그런 변화를 세일즈에 바로 담을 것이다. 경제력에 의욕까지 넘치는 ‘젊은 고령자’ 그룹을 향한 세일즈가 주택시장만의 현상도 아니다.

코로나 공포가 한풀 꺾이면서 이달 들어 주택시장도 꿈틀거리고 있다. 미뤄졌던 분양 물량이 줄줄이 나온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격리’에 지친 소비자들도 애써 참았던 소비활동에 나설 여건이 됐다. 2030세대가 역세권에 다시 몰리고, 6070은 주세권에서 만남을 재개하면 소비도 경제도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