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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Nov 최고령 대통령

category 필사 2020. 11. 14. 12:15

Source : 한국경제 [천자 칼럼] 최고령 대통령 

1984년 미국 대선의 쟁점은 재선 도전에 나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74세의 ‘고령’이라는 점이었다. 레이건보다 17세나 적은 월터 먼데일 민주당 후보는 레이건의 ‘나이’를 물고 늘어졌다. 레이건이 TV토론에서 “나는 먼데일이 어리고 경험이 없다는 점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무릎을 칠 만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바꾸기 전까지 나이는 큰 부담이었다. 이후에도 그는 “오늘 75세가 됐다. 하지만 화씨 75도는 섭씨로는 24도에 불과하다”고 언급하는 등 고령 시비를 계속 의식했다.

국가 지도자의 나이는 종종 세간의 도마 위에 오른다. 새로 권력을 쥔 리더가 유독 젊거나 반대로 고령일 때 그렇다. 젊으면 미숙해서 불안하다는 꼬리표가 붙고, 나이가 많으면 건강과 판단능력이 걱정된다는 식이다. 현실 정치에선 젊은 리더보다 나이 많은 지도자를 맞이할 확률이 높다 보니 ‘고령의 리더’에 대한 걱정이 많다. ‘경륜’에 주목하기보다 불안한 건강상태와 자칫 변화에 뒤처질지 모른다는 걱정에 눈길이 먼저 가는 게 인지상정인 모양이다.

1982년 레오니트 브레즈네프가 75세로 사망한 이후 유리 안드로포프(68세), 콘스탄틴 체르넨코(72세) 등 고령 지도자가 잇따르며 쇠망의 길을 갔던 옛 소련 역사도 ‘제론토크라시(노인 정치)’의 우려를 키운다. 한국 정치사에선 73세에 대통령직에 올라 85세에 하야한 이승만 전 대통령 말년의 혼란스러움과, 65세와 72세 때 각각 취임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쉬운 정치적 성과를 들어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막상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점을 입증한 사례도 적지 않다. 윈스턴 처칠은 66~71세 때 총리직을 맡으며 존망의 갈림길에 섰던 영국을 구했다. ‘노인(Der Alte)’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녔던 콘라드 아데나워는 72세 때 전후 서독의 첫 총리가 돼 87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며 ‘라인강의 기적’을 일궜다.

어제 승리를 공식 선언한 조 바이든 민주당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미 대통령에 취임하면 만 78세 61일로 취임식 기준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기록(70세 220일)도 갈아치운다. 바이든 당선인은 29세 때 최연소 상원의원에 당선됐지만, 대권은 ‘삼수’ 끝에 여든이 다 돼 거머쥐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최고령 대통령’이 어떤 역사를 써나갈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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