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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July 디자이너 파워

category 필사 2019. 7. 14. 20:44

Source : 한국경제 [천자 칼럼] 디자이너 파워

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였던 그는 종전 후 단돈 50달러를 들고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가는 이민선을 탔다. 그는 배 안에서 여러 가지 그림을 그렸다. 이를 눈여겨본 뉴욕의 영국 영사 덕분에 유명 패션잡지의 일러스트레이터 일을 얻었다. 이후 곡선 기관차와 코카콜라병 등 유선형 디자인을 산업에 도입하면서 최고의 디자이너가 됐다.

그의 이름은 레이먼드 로위. 미국 산업디자인의 원조이자 ‘20세기 디자인 아이콘’으로 불리는 그는 세상에 없는 물건을 디자인하기보다 원래 있던 물건의 외형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데에 능했다. 최초로 시장 분석에 기초한 디자인도 시도했다. 그는 유려하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미국 사회의 윤택함을 가장 잘 표현한 인물로 뽑혔다.

이후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산업디자이너들이 출현했다. 프랑스의 생활용품 디자이너 필립 스탁은 20대에 엘리제궁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그는 일본과 미국의 주요 건축 디자인뿐만 아니라 오징어 모양의 레몬즙짜개 등 독창적인 제품 디자인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애플의 최고디자인책임자(CDO)인 조너선 아이브는 대학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컴맹’이었다. 그러다 애플의 매킨토시컴퓨터를 보고 컴맹에 가까운 사람도 쉽게 쓸 수 있도록 한 직관적 디자인에 매료돼 애플에 합류했다. 이후 그는 스티브 잡스와 함께 부도 직전의 애플을 세계 1위 정보기술기업으로 키웠다.

영국 자동차 디자이너 이안 칼럼은 20년 동안 재규어의 첨단 디자인을 이끌며 “자동차를 전통에서 현대 디자인으로 옮긴 주역”으로 평가받았다.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중 한국 기업에 영입된 인물도 많다. 2006년 이후 기아자동차의 디자인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린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자동차 총괄디자인담당, 올해 그의 자리를 이어받은 루크 동커볼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덕분에 K시리즈와 제네시스 등이 국제 디자인대회 본상을 휩쓸었다.

이들 가운데 애플의 조너선 아이브와 재규어의 이안 칼럼, 현대·기아차의 피터 슈라이어 등이 올해 현장을 떠나거나 독립회사를 차린다. 이들의 멋진 디자인에 힘입어 세상은 한층 더 풍요로워지고 아름다워졌다. 그러고 보니 작은 바늘부터 첨단 자동차까지 ‘파워 디자이너’의 손을 거치지 않은 제품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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