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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집 전문 서점 이야기

category 필사 2016. 10. 12. 18:01

Source : 조선일보 Essay '작은 시집 전문 서점 이야기'



 유희경 시인이 글 속에 묘사한 사람처럼 나도 어디선가 줏어들은 문구 하나를 들고 온 책방을 들쑤신 경우가 있었다.

 역시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시집을 구입했었고, 한동안 그 기쁨에 들떠 책을 펼쳐 시구를 따라 읽으며 감상에 젖었었더랬다.


그런 기억때문에 스스로를 정의할 때 '시집을 끼고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감정이 메마르지는 않은'이라는 수식어를 그나마

자신있게 붙일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시를 즐길 수 있어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해 본다.


요즈음 내가 빠져 있는 시인은 윤동주와 백석이다. 백석 시인은 작년 초 회사 독서 동호회에서 접했을 때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우연히 다시 접한 시에서 우리나라 말이 그렇게나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음을 발견하고 쏙 빠져 들었다.


아마도 강제 주입식?과 스스로 관심을 두고 찾아봄의 차이가 아닐까 싶지만 백석 시인에 빠져들고 나니 윤동주 시인이

다시 보이게 되어 결국 윤동주 시인과 백석 시인 시집이 늘 한 세트로 내 곁을 지키고 있다.


  가을이다 보니 아무래도 곳곳에서 시와 관련된 행사 현수막이 자주 눈에 띈다. 요절 시인 기형도의 시를 읽으며 그를 추억하는

대회에서부터 생활 시를 써서 발표하는 사내 동아리 모임까지 독서의 계절 가을에 시 또한 빠질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정작 시가 필요한 때는 하루의 고된 일과가 끝난 그 때가 아닐까? 매일 매일의 고됨, 즐거움, 힘듦..각종 사건 사고.

자신이 좋아하는 시집을 들고 시구를 따라 읽어가다 보면 지쳐가는 일상에서도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된다.

각박해지는 세상에 시가 더욱 더 필요한 이유다. (물론 혼술도 나쁘지 않지만 말이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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