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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용서

category 필사 2013. 3. 28. 15:36

제목: 상처와 용서

출판사: 바오로딸

저/역: 송봉모 저

Pages: 135

Started: March 28, 2013

Finished: March 28, 2013


'나도 크고 작은 상처투성이 속에서 전전긍긍하며 하루하루를 산다. 깜박 잊고 있다가도 어느 한순간 상처의

불길이 활활 타올라 몸과 마음을 태운다. 참으로 고통스럽다.'


 정호승님의 저서 '위안' 속  '나를 먼저 용서합니다'라는 장에 쓰여진 문구다. 정호승님은 예수회 송봉모 신부가

쓴 이 '상처와 용서'라는 책을 마치 성서처럼 몇 번이고 열심히 읽었다고 한다. 작은 문고판이었지만 상처를

극복하고 치유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크고 값진 책이었다는 술회와 함께.


 나 또한 우리가 상시로 겪는 갖가지 고통에서 예외가 아니기에 '위안'을 읽던 중 언젠간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책이라 생각되어 메모해 놨었다. 그러다 최근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내게 뱉은 말에 크게 상처를

입었고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친구가 그렇게까지 말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정작 내 자신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나에게도 항변의 근거는 있었지만, 깊게 파고들어

치졸해지고 싶진 않았다. 그 즈음 다른 친구의 입을 통해 사과 비슷한 말을 전해 들었지만, 한 번 벌어진 사이를

예전처럼 돌리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은 내 마음이 진정으로 누그러진 게 아니기 때문에 전해 들은 사과의

말도 곧이 곧대로 들리지 않는데다, 오히려 친밀했던 정도만큼 그 말을 했던 친구가 너무나 얄미워 보였다.


 누군가를 항상 미워하고 이유없이 싫어해 본 적 있는가?

예전에는 아무 생각없이 툭툭 '나, 쟤 싫어!', '쟤는 주는 것 없이 미워!'라는 말을 쉽게 던지곤 했었는데 이제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게 마음 속 짐처럼 여겨진다. 소화 불량에 걸린 사람마냥 가슴 한 켠이 답답한 게, 내게 상처를

준 그 친구 말이 떠오르기라도 할라치면 다시금 그 순간으로 돌아가 머릿 속까지 열기가 뻗쳐 오른다.


 내가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해 짜증이 날 무렵 결국 '상처와 용서'를 집어 들었다. 책은 '세상에서 제일 하기 힘든

일'이 용서이며 용서 못 한다는 것은 '나'라는 자아를 철저히 죽이지 못한, 마음이 오그라져 그런 거라는  설명으로

시작된다. 우리의 인간 관계에 대해 친한 것을 강조하는 이들치고 상처받지 않은 이들이 없다면서 친밀함은 곧

상처가 자라나는 온상이라고도 했다.


 용서의 중요성부터 용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소한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감정의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식의 생활을 해야 하는지 이 작은 문고판에 필요한 내용들이

빼곡히 다 담겨져 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상처와 용서'가 무슨 마법의 책인 것 마냥 내 마음의 짐이 훌쩍 덜어지지는 않았다. 대신

느껴지는 그 짐의 무게가 아주 조금은 줄어든 것 같다. 동시에 오그라진 마음의 주름살도 한 세 네 개쯤은 펴진 것

같기도 하고.

  

 '나도 정호승님처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으면 더 나아지려나?'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우선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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